
이스라엘 14살 소년 Liam
Liam은 저번에 포스팅했던 동생 Noam보다 2살 많은 형이다. 회사에 이스라엘 한인회 2세 단체가 한글수업을 맡겨 그중에 나와 인연을 맺은 학생이기도 하다. 내 USB에 저장된 수업 폴더를 봤더니 벌써 2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었다. 두 형제 다 한글은 마스터했으나 맞춤법, 부가적인 한국어 표현, 어휘력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중에 어려워했던 것은 기본 모음끼리 만나 이중적 성격을 지니는 '이중모음'이었다. 한국인은 다양한 책과 사회적 관계를 통해 단어의 뜻을 알고 미세하게 구분할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이런 부분을 신경을 써서 공부를 해야 한다. 나에게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이 Liam에게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무슨 내용을 지도하든지 모든 것을 최대한 쉽게 풀어서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특히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라면 더욱더 주의를 기울였다. 어쨌든 이때만 해도 영어와 병행하는 수업을 했고, 원래 이해력이 빠른 소년의 실력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의 어머니가 한의사, 아버지가 대학 교수님이시니 아들의 지능이 좋다는 게 납득이 된다.
헷갈리는 이중 모음들
학생들을 가르칠 때 나는 자주 사람에 빗대어 말한다. 예를 들면 헷갈리는 모음은 기본 모음 '아'와 '이'가 결혼하여 'AE'를 낳았다고 비유한다. 정말 말 그대로 애를 낳은 것이다. 이런 복잡한 글자들이 한 두 자가 아닌 가운데, 나는 '외'부터 시작하는 내용을 쉽게 알려주었다. '외'는 '오'와 '이'가 합쳐져서 이응 자음을 하나만 살리고 남은 모음들이 결합하게 되면서 탄생한 글자이다. 이렇게 다양하게 응용도 되고 그 경우의 수도 정해져 있어서 더 이상 골치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외'가 들어가는 단어들과 함께 모르는 어휘가 있으면 질문을 받기도 하며 나는 그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Liam은 나의 설명이 그의 귀에 쏙쏙 들어가나 보다. 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그의 가족이 부산에 여행 와서 같이 저녁식사를 할 때 내 옆에 앉아서 '저는 항상 선생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친절하고 쉽게 한국어가 잘 이해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정말 좋아요. 선생님의 말씀이 저에게 잘 들려요'말했다. 부족한 한국어이고 그 스스로도 표현할 때 답답해했지만 나는 그가 내 수업이 좋다는 말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외'와 '왜'의 발음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물었다. 아주 깊게 들어가면 너무 어렵게 느낄 수 있어서 입모양으로 직접 보여주다가, 한국인들도 발음에 너무 집중해서 말하기보다는 책을 읽고 사회생활을 하며 여러 배움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구분하고 있으니까 너도 이렇게 익히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간단하게 말해주었다. 글자 모양에서 굳이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외'는 외롭다는 뜻에 가깝고 '왜'는 이유를 물을 때 자주 쓰는 why라고 정리해 주었다. 그는 원만하게 잘 받아들였고 이에 대한 나의 답변에 90% 정도는 만족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위에 나오는 이미지와 같이 영어로 대체할 수 있는 한국어 어휘들을 의미 설명과 병행하였다. 요즘은 소년의 실력이 늘어서 영어 사용 빈도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의 어머니의 요청에 따라 우리 서로가 의식적으로 노력한 게 크다.
드디어 마스터
우리는 서로 외국인인 관계이다. 나는 한국인, 그는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학생은 반은 한국인이기도 하다. 그의 어머니가 순수 한국인이셔서 외갓집이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소년이 유대인이어서인지 나는 유난히 조심하는 면들이 있다. 유대인들도 한국 못지않게 많은 수난을 당한 민족이라 잘못 말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한 편이다. 그는 사진에 나오는 내용을 포함하여 복잡한 이중모음을 마스터하면서 그동안 헷갈렸던 맞춤법이 거의 정리가 되었다고 한다. 온라인 수업을 하며 느낀 건데, 지도하기 애매한 내용이 나오면 메신저 이모티콘이나 사람의 성격에 빗대어 글자의 차이를 알려주어도 학생 입장에서는 참 신선하고 재밌게 받아들일 것 같다. 쉽게 이해되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인 것일 테니까 말이다. Liam은 매주 주 2회 30분씩 나누어서 하루는 이렇게 진지하게 공부하고, 다른 하루는 시트콤을 보며 한국어를 주기적으로 듣는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시트콤 'Friends'도 시리즈별로 봤다고 하니, 어쩌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더 잘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두 형제가 한국어로 말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그의 어머니께서 매우 신기하다며 음성 메시지를 보내오셨다. 학생들에게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서 부모님들께 실제적으로 나타날 때, 나 또한 신기하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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