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방학 독서논술 단기 특강
각 학생마다 모아둔 수업 파일은 매우 많고 폴더별로 찾아보던 중 화랑이와 수업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 내가 이 아이와도 수업을 했었지' 생각하며 보니 여름 방학 때 독서감상문에 대한 내용들을 지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진에는 '찌찌에게 생긴 일'이라는 책을 읽고 가상 인물이 독후감을 쓴 예시 본문이 나온다. 내가 본문을 꼼꼼하게 보고 있으니 줄거리와 느낌을 구분해 주는 것들을 그에게 전달했던 것 같다. 화랑이는 나와 같은 부산이라는 도시에,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사는데도 불구하고 한 달 내내 온라인으로만 만났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확진자가 그 동네에 나와서 갈 수 없었기도 했고 살인적인 더위 때문에 내가 이동하는 게 무서웠던 이유도 있다. 다행히 그의 어머니께서는 온라인으로 접속하는 것을 받아들이셨다. 그가 어찌나 내성적인지 휴대폰이 없었다면 나는 이 아이의 음성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슨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지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화상 카메라에 내장된 마이크도 그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여 나는 우리 둘의 상태를 많이 조절해야만 했다. 캠은 켜두고 음소거를 한 다음, 서로의 스마트폰의 스피커를 크게 켜두고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스마트폰이 참 유용하다고 느낀다. 정말 이 방법 외에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을 길이 없었다. 다른 글에서도 몇 번 언급했었지만, 일을 하다 보면 별의별 유형의 학생들을 만난다. 정말 답답한 유형, 넘치는 기운을 주체 못 해서 산만한 유형, 늘어지는 유형 등 여기에 다 적을 수 없다. 나는 아주 별난 학생들을 적게 만난 경우에 속한다. 동료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감사해야 했다. 여하튼, 이런 수줍음 많은 학생과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아무리 작은 소리여도 명확하게 다 들려서 소통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 스스로도 이게 편했는지 학습시간에 잘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아주 얌전한 그를 보니 한 달의 기억이 떠오른다.
독서 감상문을 여행하다
보통의 아이들처럼 이 학생도 그다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독서의 중요성은 매우 잘 알지만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정말 적다. 그의 어머니께서 나에게 한 달만 수업을 맡기셨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그를 위해 직접 글을 쓰고 조금이라도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그와 어머니께 '만복이네 떡집' 도서 시리즈를 추천했다. 이 도서는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학교 도서관에서도 불티나게 빌려지는 책이다. 주인공 만복이가 난폭하고 심술궂어서 가족 외에는 친구들에게 외면받는 어린이인데, 웬 떡집에 들어가서 희망, 양보, 공감이 쓰여 있는 떡을 먹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니까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경계하지만, 만복이의 긍정적 변화에 호감을 표시하고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인성 교육 동화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만복이네' 제목 말고도 '소원이네 떡집', '장군이네 떡집' 도서도 같이 사서 보면 좋겠다고 추천을 했다. 게다가 이 책을 읽고 방학 중에 독서 감상문을 써보자고 그에게 제안도 하여 원고지에 함께 썼다. 그 원고지 작성 파일은 기회가 되면 포스팅을 하고자 한다. 학교 숙제 중에 일기 쓰기가 있는데, 형식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어서 그의 일상을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처럼 기록하는 것도 일기에 대한 지루함을 탈피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이렇게 매주 2회 1시간씩 화상 프로그램에서 만났다.
예시글 분석까지 하여 두루 여행함
교재에는 잘 쓴 글과 못 쓴 글의 예시가 확연하게 대조되어 있다. 무조건 길어야 좋은 글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글은 군더더기가 없고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 위주로 문장의 길이까지 짧은 게 더 좋다는 것이다. 가독성이 더 좋다는 뜻이다. 내가 문학상을 받은 어린이 문고 작품을 읽어보니 사람의 심리를 짧은 문장으로 간결하게 표현해놔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몰입하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었다. 감상문은 말 그대로 글쓴이의 느낀 점, 생각들이 중간중간에 들어가야 글이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나는 그를 지도하면서 네가 어색하더라도 간간이 넣어야 글의 흐름이 좀 더 부드러워진다고 첨언하였다.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거의 끝부분에 몰아서 적으려는 경향을 보여서 내 코멘트가 그에게 필요했다. 한 달의 특강으로 어떻게 그의 글쓰기 실력이 크게 늘겠는가? 한 달 만에 실력이 느는 것은 어떻게 보면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고 헛된 기대일 수 있다. 무엇이든 꾸준히 해야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지, 한 달은 사실 무엇을 이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다. 그럼에도 화랑이와의 수업이 기억에 남는 것은 어려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고 시간 맞춰 접속하는 성실함도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적으로 새로운 학생들과 더 많이 만나고 소중한 관계들을 맺어나가며 발전할 것이다. 단순히 공부를 지도하는 선생님으로서가 아니라 나의 직업을 통해 꿈 많고 순수한 영혼들을 살리고 만족감을 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 게 개인적인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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