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영이
이 사진을 보니 정말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언제 찍은 사진인지 확인해 보니 벌써 3년 전이다. 지금은 이 학생이 어느새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다. 이제 3월이면 그는 진짜 5학년이 된다. 위 사진의 주인공은 나와 수업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4년이 된 우영이다. 나는 그의 초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함께 해왔다. 그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다른 여자 선생님으로부터 한글 수업을 받았었는데, 그의 어머니를 통해 듣기로 그녀는 나이도 많으셔서인지 다소 권위적인 면이 있어서 우영이가 글자를 모르는 것에 엄격하셨다고 한다. 이런 수업 분위기에 그는 처음 접하는 한글에 조금씩 부담감을 드러냈고 자신감도 없어져서 공부를 하지 않으려고 하니, 그의 어머니께서 내가 다니는 회사에 맡기신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이 학생은 처음 코칭을 해보는 첫 학생이었다. 다른 의뢰 건은 부담스럽고 무서워서 거부한 적이 많았는데, 그에 대한 상세한 상담내용을 보고 나서 내가 바로 맡아보겠다고 먼저 나선 경우이다. 나는 2019년에 입사하여 처음 만난 때부터 지금까지 이 학생과 꾸준하게 수업을 하고 있다.
국어 기본 문법 알기
처음 만났을 때 아이의 상처 받은 마음을 잘 헤아려줘야 했다. 상담 차 그의 집에 방문하여 한글 실력을 알기 위해 레벨 테스트를 하는데, 옆에 그의 어머니가 앉아계셔서 그런 건지 내가 낯설어서 그런 건지 그는 눈치를 계속 살폈다. 아무래도 그는 과거의 선생님에 나를 대입하여 미리 겁을 먹었던 것 같다. 그를 테스트해보니 초등 1학년이지만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갈 정도로 실력이 모자라는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복잡한 모음과 받침에 헷갈림이 있을 뿐, 보통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그에게 희망이 보였다. 그리고 서로 만나자마자 친해지기에는 어려우니, 나는 학생과 먼저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 시간에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대화를 나눴는데 여느 남자 아이들처럼 온라인 게임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그중에 브롤스타즈의 캐릭터들을 즐긴다는 말을 듣고 나는 구글에 접속하여 브롤스타즈 캐릭터들을 색칠하기 위한 자료들을 출력하여 준비했다. 그 캐릭터들의 이름을 읽고 쓰는 것까지 하는 것도 코칭 수업의 한 방법이다. 어떤 학생은 신비 아파트 만화로 한글을 마스터했다고 하니, 학생이 좋아하는 관심사로 다가가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어쨌든, 브롤스타즈의 캐릭터를 즐기는 기간을 한 달로 정해주고 그와 친해지면서 한국어에 필요한 기본적인 문법 영역들을 차근차근 수업하게 되었다. 그중 문장 부호를 익히는 것, 띄어쓰기를 공부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 나는 그를 위해 보조 교재를 만들어 주었다. 이 교재는 칸 안에 일정한 크기로 균형 잡히게 글씨를 적는 연습도 되고 띄어쓰기도 한눈에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교재로 수업하면서 내가 학생에게 '오늘 네 글씨가 완전 예술이야! 계속 이렇게 연습하면 너는 멋있는 명필가가 될 거야' 하며 무한한 칭찬을 보냈던 것만은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 기쁜 마음으로 코칭회차 보고서를 적은 것도, 수업 사진을 아이의 부모님께 각각 보낸 것까지 말이다. 1학년 때 부족했던 부분들을 2학년 초에 다 만회하여 자신감을 회복한 지금의 우영이는 혼자서 글쓰기도 진지하게 잘한다. 아직도 맞춤법이 헷갈리긴 하지만 나와의 수업으로 마음을 연 그에게 아직도 고마운 마음이다.
어느새 5학년이 된 우영이의 빛나는 재능
우영이는 누구나 놀랄 만한 그림 실력을 갖고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는 만들기도 그림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재능이 있다. 소년이 그림을 그리면 주위에 반 친구들이 몰려들 정도이다. 내가 처음 이 재능들을 발견했을 때는 정말 우연이었다. 정확하게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수업 교재에서 어떤 그림을 봤던 것 같은데 무심코 누가 그린 거냐고 물었더니 우영이 자신이라고 답해서 정말 놀랐다. 그의 진짜 실력을 알려면 큰 전지에 만화 캐릭터를 스케치한 걸 봐야 하는데, 내 핸드폰 사진첩에서 찾아 업로드할 수 있으면 언제 한 번 업로드해보려고 한다. 나는 그림을 못 그려서 색칠만 좋아하는데, 얘는 스케치도 잘할 뿐더러 그림도 잘 그리고 컬러링도 꽤 한다. 우영이는 내가 수업하는 학생들 중에 가장 애정을 쏟는 학생이기도 하다. 그의 장점은 잘 수용하고 편견이 없는 것이다. 평소에 조용해도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꼭 한다. 그래서 내가 고민이 많을 때 이 소년이 고민 상담자가 되어주기도 한다. 내가 마음이 상한 계기가 된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보여주면 소년은 나와 함께 살피면서 속이 뻥 뚫리는 응징의 말을 해주기도 한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속이 시원해지는 말 한마디에 기분이 풀릴 때도 많아서 내 눈에는 그가 항상 사랑스럽다. 내가 그의 그림실력에 놀라워하니까 거실로 뛰어가더니 클레이로 만든 로봇 캐릭터들을 우르르 가져와서 자랑했다. 어린 소년이 만들었다고는 믿기 힘든 그의 정교함을 보고 나는 우영이 내면의 보석 같은 재능을 찾아주려고 함께 노력 중이다. 어느새 5학년이 된 우영이와 그의 부모님께 바라는 것은 아들이 다른 학생들처럼 활발하게 살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하고 날씨가 춥다 해도 음악 줄넘기 학원에도 가고, 아이가 좋아하는 미술학원에도 보내고, 온라인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코딩도 접해 보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너무 열어주지 않으니 이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답답함이 많다. 얘는 누군가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열의를 가지고 충분히 잘할 학생이다. 이렇게 좋은 성향의 어린이를 너무 방치하는 것 같아, 보는 내가 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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