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어사전을 활용
요즘 내가 범내골에 사는 학생들 수업 사진을 포스팅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딱 한 명 빼고 나머지 학생들은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이들은 학교 생활을 하고 있으니 수업 태도가 잘 잡혀 있어서 수월하고 나에게 독서논술 수업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중에 서현은 올해 초등 2학년에 올라갔다. 소녀는 왼손잡이이지만 글씨체가 예쁜 어린이이다. 위 사진에 나오는 수업 풍경은 소녀가 국어사전을 활용하여 워딩업 교재에 나오는 틀린 맞춤법을 점검해 보며 스스로 올바르게 정립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1학년 때 벌써 이중모음 및 받침까지 확실하게 인지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 소녀를 가르칠 때 많은 내용들을 지도할 것이 없다. 그녀가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들만 서로 상의하여 내가 학습자료들을 준비하는 정도에 그친다. 게다가 서현이 갖고 있는 국어사전의 구성이 매우 알차다. 나는 그녀의 국어사전이 참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또한 그녀의 부모님이 딸을 위해 사전을 잘 준비해 주셨다는 생각도 같이 한다. 대부분의 초등 국어사전은 그 레벨에 맞게 구성되어 있어서 수업하다가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수록이 되어 있지 않아, 할 수 없이 성인 국어사전을 찾아보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야 했다. 빠른 수업 진행을 위해 별 수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지만, 어린 학생들 앞에서 본보기가 되지 않는 것 같아서 나는 정말 사용해야만 할 때가 아니면 잘 꺼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스마트폰보다 국어사전을 활용하는 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전 찾는 것을 배우고 활용하는 학생들도 내가 앞에서 언급했던 방법이 그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초등 저학년 문법
사진 속의 서현은 '오뚝이'의 올바른 맞춤법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여 사전을 펼쳤었다. 아무렇게나 굴려도 벌떡 일어나는 '오뚝이'는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했을 많이 틀리는 맞춤법 순위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인이 된 지 오래된 나는 아주 미세하게 헷갈리는 맞춤법 단어와 띄어쓰기의 경우들을 만난다. 그리고 국립국어원에서 규정하는 문법 내용을 혹여라도 그냥 지나치면 나 혼자 언어의 약속을 깨는 사람이 될 수도 있기에, 어딘가에서 변경된 맞춤법 규정 소식은 인터넷 어학사전에서 검색이라도 해서 명확하게 해놔야 한다. 그다음 그녀가 약간 헷갈려했던 것은 '숨바꼭질'이었다. 바 밑에 ㄱ 받침을 넣어서 적는 학생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이 단어도 조심해야 할 경우에 속한다. 이처럼 초등 저학년 때 기본적인 문법들을 배우고 공부량에 비례하여 책의 장르와 독서량까지 많아지면서 어려운 단어들까지 소화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시기가 이때인 것 같다. 서현은 이미 매우 충분하게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법들을 넉넉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이 소녀보다 학년이 높아도 아직도 맞춤법이 헷갈리고 띄어쓰기가 안 되는 아이들을 보면, 나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낀다. 나는 이러한 답답함을 뼈 있는 농담을 통해 표현할 때도 있다. '너희는 띄어쓰기 안 하는 걸로 혹시 너희끼리 정기모임이라도 가져? 장소와 사람만 다르지 어떻게 다들 이렇게 한결같이 띄어쓰기를 안 하니? 약속했니?' 이렇게 말이다. 수없이 학습자료를 제공해도 그들 스스로의 인지와 연필 잡은 손이 따로 노는지 자주 보는 글자에 낯을 가린다. (어떤 아이는 아예 복습을 안 하고 있기도 하다. 복습을 안 하는 만큼 수업 때도 모르는 표정을 짓는 것이다.) 비슷하면서도 같은 자료를 무수히 제공했는데도 여전히 기본적인 것들을 언제까지나 언급해야 하는 현실이 그저 답답하다. 나중에 서현의 다른 수업을 업로드할 기회가 생길 때, 겹받침 맞춤법만 모아둔 Part 1. 워크시트를 숙제한 것과 문장 위주로 출제한 받아쓰기 테스트 풍경을 소재로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정리하기
어린 학생들이 한글을 다 마스터 했으면 이제는 문법, 관용어, 표현말, 높임말 등을 배우면서 국어의 전반적인 부분들을 정리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하는 말을 들으며 아이들의 입이 트인 후 글자를 공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학습의 순서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글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필을 들고 배우는 글자이자 공부이기 때문에 학습의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서현을 봤을 때, 이 어린이는 학습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오빠에 비해 씩씩한 일상생활을 해낸다. 다만 내가 서현에게 욕심을 좀 내자면, 글쓰기에 입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저번에 <챔프 하브루타> 교재로 그녀의 생각을 짧게 작문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너무 많이 고민하고 망설이다가 대놓고 딴청을 피우는 모습을 보았다. 한 마디로 골치 아프고 재미없다는 뜻이다. 이 교재만 사용하면 이런 심각한 모습이 나와서 내가 워딩업 교재로 과목을 바꾸었더니 서현이는 다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이 포스팅을 하다 보니 그녀로 하여금 아주 가벼운 문장이라도 써보게끔 해야 할까, 가벼운 문장으로만 쓰는 학습자료만 따로 모아서 스프링북으로 제본하여 그녀에게 제공할까 고민 중이다. 국어의 모든 활동은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장르의 글로 표현하는 '글쓰기'로 귀결되니까 말이다. 서현은 부수적인 학습 내용들도 조금만 공부하면 잘할 소녀여서 내가 갖고 있는 온라인 교재들을 살펴보고 필요한 부분들만 발췌하여 빠른 시일 내에 알맞은 책으로 엮어봐야겠다. 서현도 이제 글쓰기 단계로 한걸음 올라서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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