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시안성에 거주하는 아이와의 만남
이 온라인 수업도 내가 속한 회사에서 의뢰하여 연결된 것이다. 중국 시안성에 거주하는 소은 학생은 거의 중학교 진학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어머니께서 글쓰기 실력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 나는 '시안성이 어디지?'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찾아봤더니 그곳은 진시황제가 묻힌 대규모 무덤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어쨌든, 담당하고 있는 국가의 수를 제일 많이 가진 내가 중국과 연결되어 주 1회 1시간 동안 코칭논술 교재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 열기
이 교재에 수록된 어린이 문고 제목은 <멋진 녀석들>이다. 일본 초등학교의 문화와 한 남학생의 복잡한 내면 갈등을 그린 문학 작품인데, 일본 특유의 이지메(따돌림)와 그 안에서 존재하는 서열까지 묘사가 되어 있다. 교재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이 작품의 내용이 어떨지도 미리 얘기해 보고, 그녀 스스로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지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은이는 집 안에서 바퀴벌레 같은 징그러운 벌레가 나왔을 때와 짐이 너무 많을 때를 얘기했다. 실제로 겪었던 그녀만의 경험담인데, 소파 사이에 벌레가 죽어있는 걸 보기도 하고 바퀴벌레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얼어서 아무것도 못한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어머니까지 없으면 완전히 정지된다는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께서는 딸이 이런 것들을 무서워할 때 슈퍼맨처럼 나타나서 든든하게 해결해 주신다고 하니, 내가 봤을 때 소은이는 그녀의 어머니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이때 그녀가 예시를 어떻게 들어야 할지 한동안 고민스러워하는 표정을 보였는데, 내가 먼저 시범을 보이니까 학생도 내용을 자연스럽게 채울 수 있었다. '함께 읽어보아요' 코너에서는 UN 아동 권리 협약에 관해 읽고 아는 시간을 가졌다. 본문에서 나온 단어 중 '비준'은 꽤나 어려운 말이었다. 평상시에 뉴스에서 가끔 들어보는 단어인데, 사실 나도 정확한 뜻은 몰랐던 상황이어서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비준의 뜻을 쉽게 풀어보자면, 나라마다 운영체제가 다른데 한국은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것은 독재를 막기 위함이고 이 역할을 입법권 소유자인 국회가 맡은 것인데,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 <UN 아동 권리 협약>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쉽게 풀이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나라의 대표자인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건 아니라는 뜻은 확실하다. '생각 열기' 활동을 할 때는 우리 서로 더 배우는 시간이었다.
어휘 연결하기
소녀는 아무래도 외국에 살다 보니 한국어를 잘해도 고급 어휘를 배울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독서논술 수업으로 학습의 감을 공급받고 유지하는 게 필요한데, 이 시간 소은이가 처음 배웠던 단어는 '몰염치'와 '상납'이었다. 나는 주로 어휘를 설명할 때 예시 상황을 들거나 상황극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아이가 더 이해를 잘했던 것 같다. '몰염치'는 '몰'과 '염치'를 따로 분리해도 말이 되는 단어다. 염치는 부끄러움을 아는 눈치라는 뜻인데, 앞에 '몰'이 붙어서 뻔뻔하다는 뜻으로 바뀌어지게 된다. 나는 추가로 그녀에게 '몰상식'이라는 단어도 함께 알려주었다. '상식' 단독으로는 좋은 뜻이지만, '몰'이 붙음으로써 사람들의 보통 생각에서 어긋나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미운 짓으로 바뀌어지니까, 소은이가 어디선가 몰염치 몰상식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잘 이해했으면 좋겠다. '상납'은 윗사람에게 돈이나 물건을 바친다는 뜻인데, 언론에서 이 단어를 활용하는 경우를 보면 '성상납'이 주로 나온다. 한국에서는 연예인 지망생들이 인기를 얻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돈 많은 스폰서에게 바치는 경우가 종종 뉴스에 보도되니, 나는 그녀에게 이를 두고 '성상납'이라고 표현하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소은이는 아직 어리니까 성인들의 어둡고도 은밀한 세계에 대해 이해를 못 하지만, 세상은 다면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세상은 늘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나의 의도이다. 아니나 다를까 학생은 '왜 그런 짓을 해요?' 라며 다소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성장하면서 내 말이 어떤 뜻인지 와닿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외 '휑뎅그렁하다'는 맞춤법을 주의하라고 살짝 알려주었는데, 소은이는 중국의 공항을 예시로 들어주었다. '휑뎅그렁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넓은 장소가 쓸쓸하리만치 비어 있다로 되어 있다. 이렇게 첫 수업을 잘 끝냈고 나는 이 어린이 문고작품을 더 정확하게 읽고 전달하기 위해 <멋진 녀석들> 책을 샀다.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이 소은이와 동갑인데, 나는 그녀가 수업받으면서 어휘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학교 문화도 간접체험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이렇게 시안성 소녀와 첫출발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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