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클락 거주자 서율이
이 아이는 필리핀 클락에 거주하는 한국인 소녀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시는 것 같아서 가족 전체가 아예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다. 그중 클락은 작은 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국과 거의 비슷한 환경을 가진 도시라고 한다. 사는 데 큰 불편함은 없는 소녀와 나는 역시나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수업 의뢰를 해주어 연결되게 되었다. 원래는 나와 독서논술 수업을 하는 아이인데, 그 온라인 교재는 이 블로그에 보여줄 수가 없다. 내가 다니는 회사와 제휴를 맺은 교육회사에서 저작권 문제로 온라인 교재를 업로드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요청했기 때문이다. 나는 할 수 없이 실물 교재를 받아 그녀의 한국 집주소 앞으로 필요한 교재들을 챙겨서 택배로 보내주는 일을 가끔씩 한다. 서율이가 한국에 들어올 날이 언제일지 알 수가 없어서, 나는 그녀의 가족이 한국에 왔다고 미리 얘기를 들으면 그때에 맞춰서 택배를 챙긴다. 그녀는 한국 나이로 이제야 10살이 되었기 때문에 나와 수업하는 교재가 어려운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레벨이 높은 교재를 아이에게 억지로 하게 한 것은 아닌지, 나 스스로 더 공부하고 실력을 쌓아야 함을 느끼게 된다. 최근 들어 중간에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 경우가 있어서 위 사진에 업로드한 것처럼 겹받침 맞춤법을 처음으로 같이 공부하게 되었다.
국어 겹받침
지금 내가 업로드한 파일은 학부모님께 피드백을 드린 것 위주로 구성을 한 것이다. 서율이는 이미 겹받침 맞춤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엔 그렇게 따로 공부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녀의 어머니께서는 이 자료도 필요하다고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하셨다. 마침 여분 자료가 더 있고 PDF로도 저장을 해놔서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쓸 수 있다. 그리고 이 학습자료의 활용 효과는 어휘력을 증진하는 목적도 있다. 예를 들어, '점잖다' 단어는 서율이가 처음 접하는 단어라고 했다. 필리핀에 있기에 영어에 더 노출돼 있는 환경이라 '점잖다'의 뜻이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그녀에게는 생소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소녀는 한국인이지만 나는 가끔 영어 단어와 병행하여 그녀의 이해를 돕는다. 이러면 한결 수월하다. 그리고 주어진 문장을 따라 쓰는 것도 있지만, 스스로 짧은 글짓기를 하는 것도 있다. 이번에 내가 눈이 번쩍 뜨였을 정도로 뿌듯했던 것은 내가 보내준 자료를 당시 수업시간에 그녀의 책상 옆에 미리 준비해 뒀다는 것이다. 자료 준비에 소홀한 아이도 아니지만 의외의 철저한 준비성에 서율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총복습하기
내가 여학생을 직접 만나서 지도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얘는 맞춤법을 헷갈리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이제 10살이 되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헷갈리는 학습 부분인데 서율이한테는 이런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총복습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혹시나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지도를 해야 했다. 얘가 직접 손글씨로 쓰는 걸 본 적이 없으니 내가 더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자기계발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도 든다. 위 사진 중에서 재밌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적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낚다'를 넣어 작문했을 때이다. 나는 온라인 게임 같은 것을 거의 하지 않아서 게임 용어를 잘 모르는데, 정말 '아이템을 낚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일까? 게임 용어는 은어, 속어들이 많아서 나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말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일까? 두 번째는 '샀다'인데, 휴대폰으로 고쳐서 쓰는 게 맞다고 가르쳐준 부분이다. 핸드폰은 잘못된 영어 표현 같고, 스마트폰은 모든 사람들이 늘 들고 다니며 사용하는 만능 통신수단이니까 '휴대폰'이라고 고쳐서 쓰는 게 더 올바르다고 생각하여 그녀에게 알려준 것이다. 세 번째는 '점잖다'인데, 둘째 단락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어 단어를 옆에 써주었다. 서율이 자신도 이 단어는 처음 들어보는 거라고 했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니 비슷한 표현으로는 respected, well-mannered 정도로 나온다. 'gentle'이 제일 보편적이어서 이해하기 쉬우라고 써준 이유도 있다. 네 번째로 '끊다'는 작문할 때 웃음꽃이 피었다. '똥을 끊었다'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서율이는 화장실에서 대변하는 중에 더 나오지 못하도록 알아서 힘을 줬다는 뜻으로 쓴 거라고 한 게 시작이었다. 뜻을 몰랐던 게 아니라 자신의 괄약근을 '조절'한 것이라니 참 재밌다! 마지막으로 '않다'를 다뤘는데, 평상시에 자주 쓰는 말이지만 글자를 분석하여 풀어줘야 얘가 맞춤법도 헷갈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밑에 있는 이중받침을 쪼개면 '안'과 '하다'로 나눌 수 있다. 그러면 '안 한다', '아니하다'로 나누어지니 '않다'는 주로 '~하지 않다(않는다)'로 쓰이는 것이다. 한국인들 중에서도 간혹 '안 해'에 이중받침을 넣어 잘못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한국 학생들도 지도해 보니 이런 부분들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들이 많기 때문에, 서율이도 혹시 어려워하는 건 아닌가 판단하여 언급을 한 것이다. 뒤이어 한 짧은 작문에서는 아이의 넓은 마음이 보였다. 실제로 그녀는 누구에게 놀림을 받아도 아무렇지 않다고 하였다. 서율이의 어머니 메신저 사진첩을 보면 언제나 행복한 표정의 딸로 가득 차 있다.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외부의 자극을 잘 견딜 수 있는 아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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