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한국에 있을 예나
아마 예나는 현재 8살이 되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아이를 만난 때는 작년 3월 중순쯤이었다. 그전에도 나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남학생을 가르쳤다는 포스팅을 했었는데, 토론토 가까이에 살고 있었던 Teo와는 달리 예나는 밴쿠버에 살고 있었다. 작년에 나는 참으로 우연찮게 캐나다와 인연이 많았던 것 같다. 이 아이 수업 건도 회사를 통해 연결이 된 것인데, 상담을 해보니 그녀의 오빠 유학의 일로 잠깐 밴쿠버에 온 거라고 예나의 어머니께서 내게 말씀을 해주셨다. 그녀의 가족들은 2022년 7월쯤에는 다시 한국으로 들어올 것이고, 그녀의 딸은 한국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닐 것인데 아직 한글을 다 알지 못해서 밴쿠버에 머무르는 동안 배우고 싶다는 의향을 밝히신 것이다. 나는 처음에 '우와~ 밴쿠버?' 이런 반응이었는데, 한국에 들어올 거라는 말을 들은 뒤에는 '예나는 캐나다에 놀러 간 거네요~'라며 나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작년으로부터 지금까지 나와 여학생과의 수업 횟수를 헤아린다면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거니까, 이 가정과 온라인으로 못 만난 지도 꽤 되긴 했다. 지금은 한국에 있을 예나의 발랄한 일상생활이 내 머릿속에서 저절로 그려지는 것 같다.
모음 공부
이 아이가 한국에 있었어도 우리는 직접 만나기 힘든 상황이다. 그녀는 서울, 나는 부산에 살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은 직접 대면하여 수업을 하는 게 더 나은데, 우리가 워낙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인터넷이 아니면 서로 연결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진 후 내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대면 업무가 정말 많이 늘었다. 특히 내가 일하는 업무는 거의 노트북과 인터넷으로 해야 해결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화상 프로그램 접속도 이에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 위에 나오는 사진은 내가 갖고 있는 학습 자료들 중에서 한글 기본 모음 공부 워크시트들이다. 이 워크시트들은 자음만 올려두고 여러 모음들과 매칭할 수 있도록 여백의 공간이 아주 많다. 예나와 이제까지 수업하면서 배운 기본 모음들인 '야, 여, 요, 유'를 넣어 한 글자씩 읽었다. 내가 학생들에게 한글을 지도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강조해서 말하는 것이 있다. '모음은 가만히 있고 자음은 계속 바뀐다. 이것은 마치 헤어 스타일이 바뀌는 것과 같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소리 낼 수 없는 것을 자음이라고 하고, 감탄사처럼 단순한 말이라도 소리가 잘 나는 게 모음'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예나는 여->야->요->유 순서로 공부를 해왔는데, 이 워크시트를 할 때에는 요->유->여->야 순서로 하겠다고 그녀의 의사를 표시했다. 각 기본모음을 자음에 대입하여 쓰면서 아이로 하여금 하나씩 읽어가도록 지도했고, 가끔 독립적인 뜻을 지녔거나 그 글자로 시작되는 단어가 쉽게 생각나거나 줄임말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면 나는 소녀와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며 더 적극적인 그녀의 수업 참여를 이끌어냈다. 예를 들어 독립적인 뜻의 대표적인 한 단어는 '혀'인데, 사람의 입 안에서 말하는 것과 맛을 느끼는 신체기관이다. 해당 글자로 시작되는 단어가 쉽게 생각나는 한 단어는 '샤워'이고,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그 'shower'의 뜻이 맞다. 마지막으로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줄임말로 나타낼 때 '죠'가 있다. 이 단어는 '지'와 '요'가 합쳐져 문장의 끝에 붙어 서술어 기능을 한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내가 예나와 글자를 짚어나가다 보면 그 당시에는 다 알지 못해도 그녀에게는 한 번쯤 접했다는 정도의 경험이 쌓이니까 유익한 순간이다. 내가 갖고 있는 학습 자료들을 메일로 보내어 추가적으로 출력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했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캐나다에 있는 학교 도서관에서 프린트하실 때 속도도 느리고 출력 비용도 비싸서 나는 자료를 더 보내지를 못했다. 이게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추억하기
예나는 또래에 비해 수업 태도가 아주 좋은 아이였다. 나는 이 소녀와 주 2회 45분으로 월요일, 수요일 이렇게 zoom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만나서 수업했다. 아이가 어렸기 때문에 그녀의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차분할 땐 차분하고 발랄할 땐 발랄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실 예나의 어머니께서 도와주시지 않아도 나는 그녀를 충분히 잘하고 학습 참여도도 높았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소녀가 한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을 테니 한글 공부를 비롯한 모든 학업을 순조롭게 수행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나의 바람이 있다. 훌륭한 태도를 보인 예나와 그녀의 어머니께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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