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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한국어 및 독서논술코칭수업일지

놀이북과 글자판으로 한글 기본 모음 강의 중

by 친친유나 2023. 3. 4.
놀이북과 글자판 교구를 활용한 한글 대면 강의 중이다. 이 어린이는 기본 모음과 자음을 결합하는 글자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스스로 글자를 만든 후 해당 단어를 쓰고 있다.

놀이북과 글자판

위의 사진은 나랑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인 것 같다. 당시 찬영이는 아이눈 한글 교재 놀이북과 글자판으로 활용하여 기본적인 내용들을 배우고 있었다. 그때 그는 '우'와 '오', '으'와 '이' 모음을 헷갈려해서 위와 같은 놀이북이 매우 필요했다. 그는 지금도 '쓰기'가 잘 안 되지만, 저때는 더 안 되고 있을 때여서 글자판을 꼭 병행해야만 했다. 놀이북은 찬영이의 것이고, 글자판은 내가 수업용으로 쓰는 것이다. 이때만 해도 내 기억에 얘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것 같은데, 강의 진행방식은 책에 나오는 단어를 찬영이 스스로 글자판에서 만들고 글자를 확인하며 또박또박 적는 방식이었다. 저때를 회상해 보니 그의 손에서 나오는 힘도 어느 정도 있어서 글씨도 힘 있게 적은 적이 많아서 내가 칭찬을 자주 해주었다. 찬영이의 장점은 글씨를 또박또박 힘 있게 쓰는 것이다.

한글의 기본 모음

이 남학생은 한글의 기본 모음을 다시 배우고 있었다. 그의 나이 7살 때부터 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한글을 다 마스터하지 못해서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게 힘들어 보였다. 어머니께서는 아들을 아무리 지도해도 늘지 않는다고 걱정하셨고  방금 전에 가르친 내용에도 전혀 모르는 표정을 지으니까 매우 속상하신 모양이다. 나는 찬영이를 지도하면서 그의 어머니 말씀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대체로 한글을 배우는 사람들이 기본 모음부터 익혀야 나중에 이중모음까지 공부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는데, 이 소년은 6자의 모음도 헷갈려하니 나는 왜 그의 어머니께서 맥이 빠졌다고 반응하시는지 그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아이는 '아', '어', '오', '우', '으', '이' 중에서 특히 '어', '오', '우', '으'를 그렇게 어려워하였다. 각 모음을 그의 몸으로 몇 번이고 표현해도 안 되는 건지 나는 이 아이를 위해 쉽게 가르치고자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였다. 이미 알고 있는 자음을 움직이는 머리라고 생각하면 고정된 모음에 바꿔 끼우는 거라고 받아들이면 되는데, 얘는 이게 안 되는 모양이다. 지금은 찬영이의 인지력이 느리다고 생각하고 예전보다는 여유롭게 내려놓은 상태다. 그래도 이때에 비하면 요즘은 발음을 조심해서 읽고(더 나아가 그는 연음도 기억하여 그의 어머니 앞에서 스스로 체크도 한단다)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등 많이 많이 좋아졌다! 받아쓰기 테스트에서 틀린 부분이 있으면 글자를 듣고 생각을 하여 고쳐서 적게끔 하니 그 스스로 더 긴장하고 사고하는 힘을 기르려는 의지가 보인다.

강의하는 중

나는 찬영이와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만나서 1시간을 집중해서 수업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수업을 3개월 정도 쉬었던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던 때, 아직 한글을 다 못 깨친 찬영이의 어머니께는 다소 괴로운 시간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그렇다고 소년과 화상수업을 하라고 할 순 없고 하여, 나는 2학년을 앞두고 이 가정을 다시 만났을 때 한글 강의를 재의뢰받았다. 이 소년과 다시 만나서 강의한 지가 1년 가까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초등 2학년부터는 학교에서 더 이상 한글을 가르쳐주지 않으니, 그는 따로 보충수업을 받는다. 그렇게 해도 그는 정말 어디에서 문제인 건지 인지력이 부족한 것 같다. 이 학생을 지도하면서 최근 들어 나의 강의 실력이 부쩍 향상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초등 고학년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인데, 어제 내가 새롭게 초등 4학년 여학생과 수업을 했을 때 그녀는 내가 말하는 내용들과 나와의 수업이 재밌다며 시간이 이렇게 늦게 지난 줄 몰랐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이 반응에 매우 뿌듯했고 '다행이다! 나 성공했구나'라는 감사함을 느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느린 어린이를 만나면 일반적으로 잘하는 학생에 익숙해져 있는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나도 엄청 속이 상해서 뒤집어졌을 텐데 코칭을 배우고 다양한 성향의 학생들을 만나면서 인간의 다면적인 속성을 실제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제 그의 실력은 기본 자모음을 벗어나 여러 개의 겹받침을 구분하는 활동으로까지 발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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