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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한국어 및 독서논술코칭수업일지

3년 전에 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끝말잇기로 놀기

by 친친유나 2023. 3. 5.

민준이와 워딩업 1-1 교재로 끝말잇기한 사진이다. 다른 학생들과는 좀 다르게 맨마지막에 마치는 글자를 다음 라인에 오는 첫글자와 맞추는 것으로 수업 활동을 약간 변경해 보았다. 벌써 3년 전이다.

3년 전에 한 활동

이 사진을 보니 무려 3년이나 되었음을 확인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세월이 참 빠르다'를 새삼 실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진의 조명과 학생의 글씨체를 보니 이 사진의 주인공은 두구동에 사는 민준이다. 2023년 현재, 이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니 3년 전의 나이로 계산해 본다면 그의 나이는 8살이고 초등학교 1학년에 해당되겠다. 워딩업 1-1 교재의 맨 처음에 나오는 활동으로 단연 인기가 높은 '끝말잇기'이다. 여기에서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글로 쓰면서 어휘력을 늘리는 게 목적이니까, 우리는 이 당시만 해도 두 번째 라인의 첫 글자와 첫 번째 라인의 끝글자를 어떻게든 연결 지으며 이어가려고 했었다. 어른인 나한테는 힘들지 않지만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에겐 골치 아픈 일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3년 전의 수업 사진을 꺼내보니 추억해 볼 수도 있고 나름 재밌다.

꼬리에 꼬리를 물다

나는 이 어휘 활동 수업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끝말잇기'로 이름을 붙이고 싶다. 나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원래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 스스로 고난의 길에 들어선 모양새랄까? 원래는 첫 번째 라인, 두 번째 라인, 세 번째 라인별로 각각 독립적으로 끝내도 된다. 민준이 말고 다른 학생들과 수업할 때 보통 이렇게 했고, 내가 그들의 의향을 물어봐도 독립적으로 끝내는 걸 더 원했다. 그런데 민준이는 그동안 공부도 많이 해왔으니 다양한 내용들을 받아들였을 거라고 생각하여, 나는 그를 믿고 그의 내면을 좀 더 끌어올려주기 위해 첫 번째 라인부터 세 번째 라인까지 한 몸통으로 이루어진 끝말잇기를 하면 어떨까 제안한 것이다. 다행히 그는 새롭게 도전해보겠다고 했고, 이런저런 방법으로 시행착오를 겪다가 결국은 위 사진과 같이 완수하였다. 아무래도 이때는 소년의 나이가 어리니까 초등국어사전의 힘을 빌려야 했다. 4학년이 된 지금의 그는 이때보다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앞에 했던 라인의 단어의 마지막 글자가 다음 라인의 첫 단어 첫 글자와 완전히 연결되어야 해서 그는 첫 번째, 두 번째 라인의 마지막 단어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꽤나 고심했었다.

끝말잇기 놀이

민준이는 스스로 '고난의 끝말잇기 놀이'의 길로 들어섰다. 누구나 아는 같은 방식으로만 즐기면 재미가 없으니 나는 민준이를 믿고 그의 의향을 들은 후 '한 몸통으로 이루어진 끝말잇기' 놀이를 한 것이다. 이렇게 시도한 결과 소년은 위 사진에 나오는 첫 번째 라인의 마지막 단어 '장기'를 비롯해서 '차기', '기우', '님프' 같은 새로운 단어를 추가로 알게 되었다. 그 당시는 잘 모를지라도 이렇게 접한 것만 해도 나는 그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첫 번째로 접한 단어 '장기'에 정말 여러 가지 뜻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가 다 알았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어린 학생이니 다 알지 못하는 게 지극히 정상이다. 추후에 그가 성장하면서 '장기'가 언어생활에서 문맥과 상황에 맞게 어떤 뜻으로 활용되는지 구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저 중에 '기우', '님프'는 상세한 보충 설명이 필요했다. '기우'는 중국의 고사성어에서 유래한 단어인데, 한 마디로 <전혀 일어나지도 않을 쓸데 없는 걱정>을 의미한다. 이 고사성어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고, 땅이 꺼지면 어떡하냐며 그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만큼 과도하게 걱정이 많았다. 천재지변 중에 지진이 일어나면 땅이 꺼지고 갈라지는 일이 있으니, 현대 사회에서는 이 등장인물의 걱정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걱정하는 일 중에 95%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라는 것이다. 정말 이것저것 다 걱정하고 따지게 되면 사람은 살 수가 없고, 신도 이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님프'는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정령이라고 알려주었다. 쉽게 말해 나는 '요정'이라고 알려주었는데 상상 속의 존재니까 사진 이미지 파일을 보여주며 그의 상상력을 키우게 돕는 게 최선이었다. 우리에게 이 놀이를 하는 것에 있어서 여러 어려움이 없진 않았지만, 나는 그가 새로운 경험으로 조금이나마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고난의 길로 들어서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게 '끝말잇기' 놀이다. 그 다음에 아이들에게 환영받는 학습활동이 '가로세로 낱말퍼즐', '주어진 단어에 맞게 여러 가지 단어 쓰기'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초성 글자만 두 개를 제시하여 낱말을 만들라고 한다거나 첫 글자와 같은 글자로 시작하는 낱말, 끝글자와 같은 글자로 끝나는 낱말, 같은 글자수를 가진 낱말을 쓰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이 어휘 놀이에 즐겁게 임하는 것을 수없이 봐온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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