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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한국어 및 독서논술코칭수업일지

한국 속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상대는 김칫국부터 마신다' 고찰

by 친친유나 2023. 3. 6.
멕시코 몬테레이에 사는 진우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속담을 수업했다. 사진을 보고 있자니 떡을 갖고 있는 사람은 진우이고 김칫국을 마시는 사람을 선생님에 비유해 뜻을 풀어줬던 게 기억이 난다.

한국 속담

저번에도 말했지만 멕시코 몬테레이에 살고 있는 진우와 한국 속담을 하루에 두 개씩 공부한 적이 있다. 지금 우리는 이 내용을 마쳐서 다른 과목을 공부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진우가 어렸을 때부터 한국을 떠나왔다 보니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매우 많다. 그중 한국 속담은 일상생활에서도 활용되기 때문에 그에게 꼭 필요한 국어 공부였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속담이나 관용어를 일상이나 방송에서 자주 쓴다. 이번에 다룰 표현도 대중적으로 활용되는 표현 중의 하나여서 나는 진우가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했다. 국어를 비롯한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할 수 있게 모아둔 학습지 사이트 '키즈플카'는 나에게 든든한 보물창고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학습 코치님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계셨다) 속담 파트를 다 모아 출력하고 스캔하여 온라인 파일로 갖고 있을 수 있어서 정말 편하다! 이것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모든 게 셧다운 되어 바깥에 자유롭게 나가지도 못했을 때, 미리 작업해 둔 나만의 결과물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상대는 김칫국부터 마신다

나는 위의 그림을 볼 때마다 이 격언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림에 두 사람이 나오는데, 꼬마는 진우이고 남자어른은 나로 가정하여 쉽게 설명해주었다. 꼬마 진우는 열심히 떡을 먹고 있다. 남자어른인 나는 뒤에서 김칫국을 후루룩 마시고 있다. 그런데 꼬마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두 개나 떠 있다. 그의 표정에서는 '어르신이 왜 저런 표정을 지으시지? 혹시 나한테 떡을 달라고 하시는 건가?'가 보인다. 무엇보다 이 어른은 꼬마의 뒤에 가까이 서 있으니, 꼬마로서는 궁금하게 느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이 그림에서 나는 해외여행에 대한 동경을 대입했다. 사진에 나온 코멘트처럼 내가 진우가 살고 있는 멕시코에 여행을 왔는데, 멕시코에 온 김에 진우를 보고 싶어서 몬테레이에 찾아가는 상황인 것이다. 만약 내가 멕시코로 떠나기 전에 진우 어머니 편에 연락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몬테레이에 가고 싶다고 하면서 움직였다면, 진우의 가족은 매우 당황할 것이다. 그들의 일상을 방해하는 것일 수 있어서, 서로를 위해 방문 예절은 여행자인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다. 내가 진우의 집에 놀러 가서 반가움을 표현하고 같이 식사를 하는 것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내가 이 아이의 집에서 자고 가겠다며 며칠 더 머무르면 좋겠다고 말한다면 이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 형제 다 보고 싶은 나의 마음이 너무 빠르게 앞서 나간 꼴이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진우의 가족들은 표정 관리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떻게든 이 집에서 묵긴 하겠지만 나는 한국으로 다시 가더라도 이 가정과는 예전과 같은 좋은 인연을 기대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진우의 부모님, 형제들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무례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온라인으로만 만나서 각자가 생각하는 서로의 이미지가 나름 형성된 게 있는데, 내가 이런 식으로 무례하면 당연히 인상을 망친다. '유나 선생님은 친절하고 수업을 잘하는 분인 줄 알았는데, 직접 만나보니 우리가 잘못 생각했구나. 우리는 이 분을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상대를 아주 불편하게 만드는 재주를 갖고 있네. 우리가 잘못 본 것 같아.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데 너무하네!' 그들이 나에 대해 이렇게 흉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이런 예시를 말하고 진우가 그 상황을 생각하며 어떤 감정일지 물어보니까, 그는 생각만 해도 어이가 없을 거라고 대답했다. 이 속담의 속뜻은 '해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상대방 혼자 미리 앞서가서 다 된 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찰

이 속담 수업을 할 때는 이 학생과 일주일에 1시간씩 두 번을 온라인으로 만났다. 한 번은 논술, 다른 한 번은 이렇게 문법 및 속담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수업 횟수까지 기억이 날 정도로 이때가 되살아난다. 하루에 두 개씩 짤막하게 지도했었는데, 그 중에 진우가 첫 번째로 고른 속담이 이것이다. 설령 내가 멕시코로 가더라도 정말로 급한 상황이 아니면 저렇게 무례하게 할 내가 아니다. 나는 삶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선과 예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얼마 전에도 내가 무례한 일을 당해서 상대방에게 무척 화가 난 적이 있었으니 내 성격상 위에 언급된 최악의 행동을 할 확률이 전혀 없다. 그리고 '김칫국부터 마신다' 글귀를 보니 갑자기 생각이 났다. 한국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중 지금은 종영됐지만 '우리 결혼했어요'가 있었다. 연예인들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을 써내면 방송국에서 커플 매칭을 하여 결혼생활을 가상으로 체험해 보도록 하는 방송인데, 한 남자 연예인이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그는 가상 아내와 누가 먼저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건지 내기하여, 여기서 지면 서로가 정한 벌칙을 상대에게 수행하도록 시키는 것이 있었다. 가상 남편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그가 이길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을 내비쳤었는데, 이때 방송된 자막이 '그는 운전 면허증 취득하기도 전에 김칫국 드링킹 중이다'로 표현된 게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이렇듯 한국에서는 전반적으로 그 상황을 속담에 적용하여 표현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상대는 김칫국부터 마신다' 속담에 대한 고찰은 여기까지다. 나 스스로 절제하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상대와 보조를 맞출 줄 알아야 하는 게 세상을 사는 지혜임을 한 번 더 고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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