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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한국어 및 독서논술코칭수업일지

지수의 언니 지아와의 복잡한 모음 학습 완료

by 친친유나 2023. 2. 2.
복잡한 모음 중 왜 모음 수업 워크시트. 모음은 가만히 두고 자음만 바꾸며 뜻을 찾아나갔다. 혼자 쓸 수 있는 글자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활동을 주로 하였다.

뉴질랜드 큰언니 지아

지아는 지수와 자매 사이다. 그중에서 지아는 한국 나이로 초등 5학년 여학생이다.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녀도 국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지아 역시 맞춤법에서 막혀서 복잡한 모음 'AE, EA'부터 시작하였다. 그녀와 함께 수업하면서 뉴질랜드에 대해 자주 물어봤는데 한국 못지않게 역사가 복잡하였다. 내가 제일 실감했던 것은 복잡한 모음으로 빙고 게임과 미니 퀴즈 활동을 할 때 영어와 한국어 표현이 다른 게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나는 영어사전에 기반을 두고 문제를 만들었는데, 지아가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아서 덩달아 막힌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외국인'을 영어로 하면 'foriegner'인데 뉴질랜드에서는 그 사람의 국적으로 외국인을 지칭한다고 한다. 지아의 부모님이 한국인이어서 겉모습은 한국인이지만 뉴질랜드 국적을 가진 게 내심 신기하기도 했다. 특히 그녀의 아버지의 직업이 한의사라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내 수업을 듣는 외국 학생들 중에 한의사 직업을 가진 부모님들이 더러 계신다. 한국에 놀러 온 회원 어머니께 호텔에서 나는 긴급 치료를 받은 적도 있으니까. 어쨌든, 이 자매들과 호주로 출국하기 전까지 한 달가량의 여유기간이 있어서 직접 만나 코칭 수업을 했다.

복잡한 모음 학습

일단 지아와 지수는 부산 사람이 아니다. 지아의 어머니 말투가 수도권 쪽인데, 친정이 부산이어서 한국에 왔을 때 잠시 머무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아와 지수가 머문 집은 내가 사는 동네와 꽤 먼 곳이다. 코칭 수업 용건으로 동의대학교 근처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덥고 추운 날씨에 가까운 곳으로만 가는 내가 왜 여기까지 갔느냐면 앞으로의 수업을 위해서다. 이 자매는 곧 있으면 한국을 떠나 호주에 더 오래 살게 된다. 또 첫째 아이의 연령이 높아서 마음에 든 것도 있다. 내가 사는 곳과 멀더라도 한국에 한 달 정도 있으니까 지하철도 가깝고 해서 운동삼아 일주일에 두 번씩 연이어 수업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어머니도 화상수업을 고려하고 계시기 때문에 지하철을 두 번 타는 거리여도 참고 성실하게 수업을 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하철역을 나오면 바로 아파트가 있었기 때문에 매우 가까웠다는 이유도 있다. 지하철역과 멀었으면 화상수업 연결 가능성에 더 초점을 두었을 것이다. 환승역과도 그리 멀지 않은 것도 장점이었다. 지아는 나이도 있어서 내가 유치한 내용으로 수업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복잡한 모음 중에 혼자서도 쓸 수 있고 뜻을 나타내는 글자들을 차근차근 분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먼저 '왜' 모음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부터 알려주었다. 'WA' 모음과 'I' 모음이 결혼을 하여 '왜' 모음을 낳은 것으로 말이다. 복잡한 모음을 가르칠 때의 특징은 뒤로 갈수록 죽는 글자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글자 조합은 되지만 실제로 쓸 수 없고 뜻도 없어서 죽은 글자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그러니 한글을 배우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되는 것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배워야 하는 글자 수가 적어지는 거니까 얼마나 다행인지 말이다. 학생에게도 이런 내용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맞춤법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다는 것, 나머지는 책을 읽고 여러 학습을 통해 글자 분별력이 자연스레 생기며 그녀의 실력이 키워지는 것임을 말이다. 지수는 활달하여 모든 대답과 의견을 척척 하는 반면, 지아는 틀릴까봐 조심하는 모습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아는 한 번 생각이 잡히면 바로 답을 적는 결단력이 보여서 희망적이었다. 지아의 생각이 그만큼 많은 것은 문제에 맞는 답을 적기 위해 머리를 쓴다는 뜻이니까 괜찮다. 이 모습은 초성 자음으로 단어를 만들 때 주로 보였다.

완료

지아가 한 달 동안의 수업에서 무슨 중요한 내용을 다 배울 수 있었겠냐만은, 이중 모음 전체 내용은 확실히 전부 마쳤다. '애~웨'까지 그동안 헷갈렸던 궁금증이 조금씩 해소되고 새로운 단어도 접했던 시간이라는 답을 그녀로부터 듣기도 하였다. 물론 지아는 한 번 들은 걸로 다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녀는 큰 산은 넘었고 앞으로의 수업에도 같은 내용은 계속 반복되니 나는 걱정이 없다. 나는 이 자매의 교재를 구성하면서 검색과 고민을 수없이 했다. 어딘가로 이동하면서도, 잠이 들기 직전에도, 다음날 일정을 떠올릴 때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들은 한 달 후에 호주로 떠나니까 한국에 있는 동안 나는 그저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아의 어머니께서 바라셨던 것은 한국어로 자유롭게 글쓰기의 수준까지 이르는 것이었다. 두 자매의 수준을 올리기 위해 너무 유치하지 않으면서 글쓰기 입문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교재가 없을까 하며 2주간에 걸쳐 서점에 방문하여 책을 보았고 결국 스프링 제본까지 했다. 언젠가 화상수업을 할 날에, 다시 한국에 와서 교재를 가져갈 날에 꼭 쓰일 거라 나는 확신한다. 나는 코칭수업을 할수록 실감하는 것이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모든 학생은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같은 교재를 쓰더라도 미세하게 수업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때로는 비슷하지만 다른 결과물이 나와서 더 재밌고 창의적인 매력이 있는 게 이 일이다. 지아처럼 말 없는 학생들도 꽤 만났다. 그때마다 답답했지만 생각이 많은 성향이라고 생각하고 온화하게 반응해 줬더니 그녀는 마음을 열고 학업 성취도도 높아지는 보람을 맛보았다.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학생들이 나를 오히려 가르친다. 활발한 학생은 나를 만나지 않아도 어느 선생님에게나 사랑을 받지만, 의견을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내성적인 학생들은 따뜻한 에너지로 바라보는 게 큰 힘인 것 같다. 내가 학생에게 믿음을 주고 지지한다는 기운을 보내면 예상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꼭 성장하는 일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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