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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한국어 및 독서논술코칭수업일지

뉴질랜드 시민권자 소녀와의 경이로운 만남과 호주 재회 약속

by 친친유나 2023. 1. 27.
부산에 왔을 때 한 달 정도 직접 만나서 일주일에 두 번 1시간씩 수업을 받았다. 워딩업 교재 안에서 끝말잇기 활동에 재미를 붙이며 수업 받고 있는 지수의 모습이다. 지수는 내가 만들어준 바인더에도 무척 만족해했다.

뉴질랜드 시민권자 소녀

처음에 지수 수업을 의뢰받고 상담차 처음 만났을 때 부산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말하다 보니 부산 말투가 아닌 데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도 아니었다. 나중에 지수의 어머니께서 뉴질랜드 시민권자라고 말씀해 주셨다. 지수는 만난 날부터 매우 활달하고 언제 수업할지 엄청난 관심을 보여서 내가 몸 둘 바를 몰랐던 아이다. 한국 나이로는 초등 1학년이지만 한글 애플리케이션으로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한글을 다 마스터했다고 해서 더더욱 놀랐다. 한국 학생들은 정말 지수를 본받아야 한다. 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글 공부 때문에 학부모님들의 걱정이 많은데, 이 학생은 스스로 다 알아서 하니 대견하고 놀라울 수밖에 없다. 1월 말에 호주로 출국할 예정이라 부산에서 한 달간 여유가 있어서 직접 만나 일주일에 두 번 1시간씩 전체 문법 수업을 주로 했다. 그녀의 언니와 더불어 한국어는 잘하는데 해외에 오래 있다 보니 글자는 읽어도 뜻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아 나에게 한글 수업을 의뢰하게 되었다.

경이로운 만남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그녀는 한글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미 글자를 다 마스터했다. 발음도 좋고 읽기 능력도 좋다. 게다가 아직 소근육이 다 발달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글씨를 쓰는 힘이 엄청나다. 자음 쓰기 순서가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올바른 순서를 알려주면 스스로 깨닫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 이 정도면 학생에게 필요한 내용을 가르쳐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복잡한 모음 'AE, EA' 구분부터 시작했다. 한국인들도 'AE, EA' 모음은 책을 읽으면서 철자를 구분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일일이 구분하려면 너무 어려워서 각 모음의 대표적인 단어들로 맞춤법을 익혔다. 가로세로 낱말퍼즐도 하고 끝말잇기도 하면서 익숙한 단어들의 맞춤법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지수도 다른 학생들처럼 'wording-up' 교재를 정말 좋아한다. 그중에 단연 인기는 '끝말잇기' 활동이다. 그녀는 1주 차는 거뜬히 해나가면서 도무지 지칠 줄을 모른다. 1시간을 꽉 채워도 더 하자고 하니 지수의 어머니께서 오히려 나를 걱정해 주셨다. 학생과 소통하면서 가장 크게 웃었던 적이 있었는데, 워딩업 교재의 장점을 직접 평가하는 멘트였다. "이 책이 참 잘 돼 있어요. 재미있고 다양하게 반복할 수 있어서 공부가 재밌어요." 이제까지 워딩업으로 수없이 수업해 보았지만 이렇게 평가하는 학생은 처음 봤다. 존재 자체로 사랑스러운 학생이다! 그리고 첫날에 '주야장천(All day)'이라는 한자성어를 알려줬는데, 한국인들은 '주구장창'으로 더 많이 쓴다고 가르쳐줬다. 자연스럽게 언급된 건데, 이 아이가 궁금해해서 차근차근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주구장창'은 잘못된 표현인데 재밌는 느낌이어서 알면서도 흔하게 쓰인다. 그녀도 알고 싶어서 또박또박 여러 번 발음했던 모습이 아직도 내 눈에 선하다. 지수가 귀여워서 때때로 '지수 자매님'으로 부르며 장난친 것도 어느새 추억이 되었다.

호주에서 재회하기로 약속

나는 지난 12월 말부터 1월 중순까지 자매들이 쓸 교재를 틈틈이 구성하느라 매우 바빴다. 다른 학생들도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에 휴일에도 계속 일을 하여, 결국 1년 치 남짓한 분량의 교재들을 다 완성했다. 무슨 사정으로 호주에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지수는 가기를 무서워하였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호주는 뉴질랜드보다 동물과 벌레가 더 많아서 특히 뱀이 집의 벽을 뚫고 들어온다고 한다. 이 말이 정말인지 주변 코치님들께 물어봤는데, 대자연의 나라여서 그런 일이 충분히 있을 수 있음을 들었다. 2월에 해외 수업으로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이사한다고 정신이 없을 테니 다시 연락 받을 때까지 잠잠히 기다려야지. 한국 초등학교 1학년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으로 공부하면서 때로는 어려웠지만 때로는 한 교재를 마칠 때 큰 성취감을 느끼며 기뻐했던 모습들이 이제는 추억이다. 언니 지아의 수업이 마칠 때까지 지수의 모습이 어찌나 간절하게 기다리던지 마칠 때쯤에 슬금슬금 나와서 어떻게 하는지 보러 오는 등 이렇게 학습을 하고 싶어 했던 학생은 정말로 드물다. 언니랑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지아를 왜 그렇게 의식했는지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다시 한번 한국 학생들은 분발해야 함을 느낀다. 학습하기를 좋아하니 그녀의 나머지 태도들은 자연스레 모범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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