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재에 수록된 문학작품을 만나기 전에 어휘부터 수업했다. 영어와 스페인어에 훨씬 더 익숙한 진우에게 주로 '영어'로 설명해 주었다. 이미지에 나와있는 것처럼 어휘 공부
해외 독서논술 수업
나는 유아,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을 아우르며 한글과 인문학 독서논술코칭수업을 하는 교육 컨설턴트이다. 입사 초기에는 유아와 초등 저학년 학생을 주로 지도했지만 요즘은 초등 고학년 이후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이전에 비해 연령의 폭이 많이 넓어졌다. 그리고 2020년부터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화상수업에도 도전하다 보니 해외에서도 수업 의뢰가 많이 들어와서 요즘 내 별명은 '방구석 글로벌 코치'이다. 코로나가 대재난적 질병이지만 현대에 들어와 터진 게 천만다행이라고 매번 실감한다. 인터넷과 화상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정말 좋아진 세상이다! 해외 유형은 보통 두 가지인데, 아예 그 나라에서 살며 부모님과의 소통 목적으로 배우는 것과 부모님 직업이 주재원이어서 훗날 한국에 다시 들어올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해외는 화상수업이 공부의 생명줄과도 같아서 교사가 작은 것에 마음 상하지 않을까 세심하게 신경 쓰시는 학부모님들이 많다. 주위에서 내가 해외수업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부러워한다. 놀라운 공통점은 수업을 의뢰한 어머니들이 모두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나는 영어가 유창하지 못해서 아주 짧은 영어 문장이나 단어로 개념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요즘은 그 빈도수가 점점 줄었다. 학부모님의 요청도 있고 한국어를 듣는 게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하루 중 기껏해야 1~2시간 정도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한국어로 풀어서 말해달라는 부탁을 받기 때문이다. 외국에 오래 산 진우도 예외가 아니다. 진우는 10년 뒤 한국에 다시 올 계획인데, 그의 어머니께서는 한국의 문화와 교육내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에게 독서논술 코칭수업을 의뢰하게 되었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 멕시코, 뉴질랜드, 중국, 미국, 러시아이다. 사실 더 많았는데 몇몇 수업풍경은 교재 저작권 때문에 자유롭게 업로드를 할 수가 없다. 나중에 학생들이 있는 나라로 가정방문을 해도 세계여행을 하겠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멕시코에 사는 한국인 남학생
몬테레이에 사는 초등 5학년 한국인 진우는 속담, 한자성어, 관용표현을 포함한 한국어의 전반적 기초 문법 교재와 독서논술코칭 교재로 일주일에 2회 1시간씩 수업을 받았다. 기초 문법 교재는 한국 초등학생 1학년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에 기준이 맞춰져 있고 후반부로 갈수록 한자성어와 속담 순우리말 글쓰기가 나오기 때문에 한자에 기초가 없으면 결코 쉽지 않다. 그의 어머니도 외국에 사는 이상 기초를 확실히 다지며 쉽게 설명해 주길 원하셨기 때문에, 2~3학년에 맞춰진 독서논술 부교재로 수업을 시작했다. 교재의 맨 앞에 발췌된 어린이 문고 작품의 줄거리를 같이 읽으며, 한국에서 초등 1학년까지만 과정을 마치고 간 이야기들을 듣기도 했다. 이 어린이 문고에는 한국의 초등학교 1학년 풍경이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용산동에서 한강초등학교를 다녔던 진우는 너무 정신없었고 바빴다고 한다. 고학년이 된 그는 1학년들을 보면 너무 시끄럽고 철없다고 말했다. MBC에서 방영한 <아무튼 출근> 프로그램에 초등 1학년 담임선생님의 일상이 나와서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너도 이렇게 시끌벅적한 때가 있었단다.' 하고 말해주었다. 생소한 단어에 체크를 하고 뜻을 파악하며 문맥에 맞게 넣으면서 때로는 연기하고 때로는 영어를 덧붙이기도 했다. 진우랑 함께 남은 시간에는 문장 부호의 활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수업 말미에 깜짝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수업 소감
사실 처음 의뢰를 받아보는 주재원 가정의 자녀였다. 멕시코에 사는 그는 초등 고학년이고 수업태도도 좋고 차분하고 어떤 과제를 내면 시간을 내어 수행하려는 자세가 매우 훌륭해서 내가 따로 말을 할 것이 없는 학생이었다. 그렇지만 진우는 어릴 때 한국을 떠나온 뒤로 여러 나라를 다니며 산 것에 대해 한국어가 어눌하다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그는 체코어, 헝가리어에 익숙해질 때쯤이면 다른 나라로 가야 할 때가 많아서 특히 한국어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 못했다는 생각에 눌려 있다. 그래서 나는 그가 발췌된 본문을 읽을 때 천천히 끝까지 적절한 호응을 하며 들었다. 지금도 수업받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지도하려고 한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멕시코에서 10년 동안 살 계획이라고 하니, 아마 20살쯤에 다시 한국에 들어오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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